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가능해졌다. - 상세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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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 프로젝트의 대장간: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수혜 기업 심층 분석
전략적 전환: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시대의 서막
1.1. 지정학적 촉매제: 2025년 한미 정상회담 합의 분석
대한민국의 핵추진 잠수함(Nuclear-Powered Submarine, NPS) 보유는 오랜 숙원이자 전략적 목표였으며, 2025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그 실현 가능성이 가시화되었다.1 이 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및 건조 계획을 공식적으로 "승인"했으며, 이는 양국 군사동맹의 강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합의로 평가된다.3 이 결정은 단순한 무기체계 도입 승인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과 미국의 대외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핵추진 기술, 특히 잠수함 관련 기술의 이전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러한 기조를 바꾼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한국 측의 상당한 경제적 기여와 대미 투자 패키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합의 내용에는 한국이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미국산 석유 및 가스를 대량 구매하며,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6,0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다.3 이는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전략 자산 확보가 단순한 군사적 필요성을 넘어, 복잡한 경제 및 외교적 협상의 결과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법적, 정치적 토대를 마련한 지정학적 촉매제로서,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1.2. 사업 프레임워크: 기술 이전을 위한 하이브리드 접근법
이번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업은 독특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추진된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초도함(또는 1차 건조분)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이 과정을 통해 핵심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2단계 접근법을 채택했다.4 이 방식은 매우 민감한 핵 동력 기술의 통제된 이전을 원하는 미국 측의 안보 우려와, 조속한 기술 확보 및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한국 측의 이해관계가 절충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내 조선소에서 초기 건조를 진행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 과정을 직접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자국 조선업 활성화라는 실리를 챙기는 다목적 포석이다.6 이 구조는 워싱턴 정가에서 비확산 원칙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고,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위험 관리 전략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 사업의 장기적인 성공은 두 가지 핵심 과제에 달려있다. 첫째는 잠수함용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의 독자 개발 및 확보이며, 둘째는 원료가 되는 저농축 우라늄(Low-Enriched Uranium, LEU)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다.1 이미 한국 군 당국은 2025년까지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육상 시험 시설을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협력과 별개로 국내 기술 자립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8
1.3. 기술적 도약: 디젤-전기 잠수함에서 핵추진 잠수함으로
핵추진 잠수함(SSN)의 도입은 기존 디젤-전기 잠수함(SSK)이 제공할 수 없는 차원의 전략적, 작전적 능력을 대한민국 해군에 부여한다. 디젤-전기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스노클링을 해야 하므로 수중 작전 시간이 제한되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거의 무한에 가까운 동력을 공급받아 수십 년간 연료 교체 없이 작전할 수 있다.9 이를 통해 얻는 무제한에 가까운 잠항 능력과 높은 수중 속도는 작전 반경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적의 탐지를 회피하며 은밀한 침투 및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우위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방위 산업계에 거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의 잠수함 건조 기술을 넘어, 핵 관련 부품을 위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원자로 압력용기 제작을 위한 고도의 단조 및 주조 기술, 방사선 차폐 기술, 극한의 압력과 온도를 견디는 첨단 소재 과학, 그리고 복잡한 시스템을 통합하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포함된다. 본 보고서는 바로 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중심에 서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핵심 기업들을 식별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차 핵심 수혜 기업: 사업의 불가결한 기둥
핵추진 잠수함 사업은 플랫폼을 건조하는 조선사와 핵 동력원을 공급하는 원자력 전문 기업 없이는 시작조차 불가능하다. 이 두 분야의 기업들은 사업의 가장 큰 가치를 차지하며,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는 1차 핵심 수혜 기업으로 분류된다.
2.1. 한화오션: 플랫폼 설계 및 통합의 중추
한화오션은 대한민국 잠수함 건조의 역사를 개척하고 이끌어온 독보적인 기업으로서 핵추진 잠수함 플랫폼의 설계, 건조, 및 통합을 담당할 가장 유력한 주체이다. 한화오션의 경쟁력은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과 검증된 기술력에 기반한다.
- 독보적인 잠수함 건조 유산: 한화오션은 1987년 대한민국 최초의 1,2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I'급 1번함을 수주한 이래,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23척 중 16척을 건조했다.10 여기에는 장보고-I급 9척, 장보고-II급 3척, 그리고 최신예 장보고-III급 4척이 포함되며, 이는 대한민국 해군의 모든 잠수함 선종을 건조한 유일한 기록이다.10 이러한 경험은 잠수함이라는 복잡하고 정밀한 무기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건조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내재화했음을 의미한다.
- 장보고-III를 통한 기술력 입증: 특히 독자 기술로 설계하고 건조한 3,000톤급 이상의 중형 잠수함 장보고-III(KSS-III) 사업의 성공은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였다.10 이 사업을 통해 한국은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소수의 국가만이 보유한 중형 잠수함 독자 설계 및 개발 능력을 갖춘 8번째 국가가 되었다.10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하여 디젤 잠수함 중 최고의 잠항 능력을 구현한 기술력은 12, 핵추진 잠수함의 복잡한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방증한다.
-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의 전략적 가치: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핵추진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6 한미 양국이 초도함 건조 장소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지정함에 따라 3, 한화오션은 단순한 사업 후보에서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 격상되었다. 이는 기술 이전을 위한 물리적 교두보를 확보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미국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전략적 자산 확보는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하는 요인이다.
- 미래 기술에 대한 지속적 투자: 한화오션은 잠수함의 생존성과 직결되는 스텔스 기술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잠수함의 자기 신호를 줄여 탐지 가능성을 낮추는 '소자장비(Degaussing System)' 설계 기술과 10,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무인 잠수정(UUV)용 에너지원 시스템 개발 등은 10 한화오션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잠수함 기술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6척을 수출한 대한민국 유일의 잠수함 수출 실적 또한 10 이들의 기술력이 국제 시장에서도 통용됨을 증명한다.
2.2. 두산에너빌리티: 함대의 핵 심장 공급자
핵추진 잠수함의 심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이며, 이 핵심 동력원을 제작하고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 주기기 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SMR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단조 기술: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40년간 전 세계에 34기의 원자로와 124기의 증기발생기를 공급한 세계 최대의 원전 주기기 제작사이다.14 원자로 압력용기와 같은 초대형 단조품을 제작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력은 16 잠수함용 SMR의 핵심 부품을 제작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다. 대형 원전 제작을 통해 축적된 엄격한 품질 관리 및 제작 노하우는 군용으로 요구되는 극도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 글로벌 SMR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 두산에너빌리티의 진정한 강점은 특정 SMR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SMR 개발사들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글로벌 SMR 파운드리' 전략에 있다.
-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최초로 획득한 뉴스케일 SMR의 핵심 기자재 공급사로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18
- 테라파워(TerraPower):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4세대 SMR 개발사 테라파워와 계약을 맺고,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 SMR의 주기기 제작성 검토 및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20
- 국내 i-SMR 및 SMART 원전: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함께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형 i-SMR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18,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 개발한 SMART 원전의 주요 기기 설계 및 공급에도 참여 중이다.21
- 이처럼 다양한 SMR 포트폴리오에 대한 참여 경험은 어떤 형태의 잠수함용 SMR이 채택되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유연성과 기술적 깊이를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MR 양산 체제를 준비하는 것은 22 잠수함용 SMR 제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보조적이지만 필수적인 기술: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수담수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24 특히 잠수함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 적합한 역삼투압(Reverse Osmosis, RO) 방식의 소형화 기술은 24 장기간 외부 지원 없이 작전해야 하는 핵추진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필수적인 식수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차 핵심 수혜 기업: 핵심 서브시스템 공급자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플랫폼이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성하는 두뇌, 감각기관, 그리고 무기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 핵심 서브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사업의 성공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2차 수혜 기업들이다.
3.1. 한화시스템: 잠수함의 중추신경계
한화시스템은 함정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Combat Management System, CMS)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28 잠수함의 모든 센서 정보를 통합 분석하고, 위협을 평가하며, 무장 발사를 통제하는 중추신경계 역할을 하는 CMS는 잠수함의 전투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 전투체계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 한화시스템은 지난 40년간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하는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80여 척의 함정에 전투체계를 공급해 온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28 특히 장보고-III급 잠수함에 탑재된 전투체계를 성공적으로 개발 및 통합한 경험은 30,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고도화될 핵추진 잠수함의 전투체계를 개발할 수 있는 직접적인 기술적 기반이 된다.
- 고도의 시스템 통합 역량: 한화시스템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소나, 광학마스트 등 다양한 센서와 어뢰, 유도탄 등 각종 무장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통합(System Integration, SI)하는 능력에 있다.29 이는 기술적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로, 한화그룹 내에서 플랫폼 건조사인 한화오션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은 설계 초기 단계부터 최적화된 시스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3.2. LIG넥스원: 사냥꾼의 감각과 발톱
잠수함의 본질은 은밀하게 적을 탐지하고 격멸하는 것이다. LIG넥스원은 잠수함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소나(SONAR) 체계와 '발톱'에 해당하는 어뢰 무장을 개발·생산하는 핵심 방산 기업이다.
- 첨단 소나 체계: 소나는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표적을 탐지, 추적, 식별하는 잠수함의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다.31 LIG넥스원은 기존 원통형 배열 소나의 탐지 음영 구역 한계를 극복하고 더 넓은 영역을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는 '곡면배열소나(Curved Array SONAR)'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33 이 기술은 적을 먼저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여 아군 잠수함의 생존성과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34
- 고성능 중어뢰 '범상어': LIG넥스원이 개발한 중어뢰-II '범상어'는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의 주력 타격 무기가 될 것이다.35 범상어는 광섬유 유선 유도를 통해 50km가 넘는 사거리 동안 정밀 제어가 가능하며, 최고 속도 시속 60노트(약 111km/h)의 빠른 속도로 적함을 공격할 수 있다.36 또한, 리튬 배터리 기반의 전기 추진 방식을 채택하여 소음이 적고, 적의 기만책에 대응하는 고도의 항적 추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 38 핵추진 잠수함의 공격 능력을 보장하는 핵심 자산이다.
3.3. 포스코: 은밀한 선체를 위한 특수소재
핵추진 잠수함의 선체는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견디는 동시에, 적에게 탐지되지 않도록 자기적 특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극한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High Manganese Steel)'은 이러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하는 비자성 특성: 고망간강의 가장 큰 특징은 자성을 거의 띠지 않는 '비자성(Non-magnetic)' 특성이다.41 잠수함은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선체 자체가 자성을 띠게 되는데, 이는 항공기나 함정에 탑재된 자기이상탐지장비(Magnetic Anomaly Detector, MAD)에 의해 탐지될 수 있는 주요 취약점이다. 비자성 소재인 고망간강을 선체에 적용할 경우, 이러한 자기 신호를 원천적으로 줄여 잠수함의 스텔스 성능과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41
- 고강도 및 극저온 인성: 고망간강은 망간(Mn)을 22.5~25.5%가량 다량 함유하여 제작된 특수강으로, 섭씨 -196도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유지하는 고강도, 고인성 소재이다.41 잠수함용 고장력강(HY-series)에 필적하는 강도를 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45, 심해의 압력을 견디는 압력 선체(Pressure Hull)의 핵심 소재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방산 분야 협력 강화: 포스코는 이미 한화오션과 '차세대 함정용 초고강도강'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는 등 해양 방산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46 이는 고망간강이 핵추진 잠수함 선체에 적용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처럼 포스코의 소재 기술, 한화오션의 능동적 자기제어 기술, LIG넥스원의 장거리 탐지 기술이 결합되면,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은 다층적인 스텔스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더 넓은 생태계: 보조 및 잠재적 수혜 기업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는 핵심 기업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업들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 이들 기업은 주요 협력사로서, 또는 잠재적 경쟁자로서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4.1. HD현대중공업: 기회를 기다리는 경쟁자
한화오션이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주 계약자로 유력하지만, 세계적인 조선 역량을 갖춘 HD현대중공업이 이 거대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은 낮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분야에서 국내 최다 건조 실적(106척)을 보유한 강자이며, 잠수함 분야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47
- 검증된 잠수함 건조 및 성능개량 역량: HD현대중공업은 총 7척의 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47 특히 최근 약 4,689억 원 규모의 '장보고-II급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들의 잠수함 관련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이다.48 이 사업은 노후화된 전투체계와 센서 시스템을 최신 국산 장비로 교체하는 복잡한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로 52, HD현대중공업이 고도의 잠수함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잠재적 역할: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되는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규모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정부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국내 방위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HD현대중공업에 일정 역할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선체 블록 제작과 같은 주요 하도급 형태가 될 수도 있고, 경쟁 체제 유지를 위해 후속함 건조 사업의 주 계약자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장보고-II 성능개량 사업 수주는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4.2. 세아베스틸지주: 특수 금속의 중추
핵추진 잠수함의 선체는 포스코의 고망간강이 주를 이루겠지만, 원자로 내부, 추진 시스템, 무장 발사관 등 고온·고압·고응력을 견뎌야 하는 수많은 부품에는 다양한 종류의 특수강 및 특수합금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이러한 고부가가치 특수소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고부가가치 방산 소재로의 전환: 세아베스틸지주는 철강 시장의 구조적 불황에 대응하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방산, 우주항공 등 고부가가치 특수합금 소재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전환하고 있다.55 이는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59 이들의 특수강 봉강 등은 잠수함 내부의 핵심 부품 소재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은 핵추진 잠수함과 같은 첨단 무기체계 프로젝트의 수요와 정확히 일치하며, 세아베스틸지주를 중요한 공급망 파트너로 부상시킬 것이다.
가치사슬 시너지와 전략적 전망
5.1. '팀 K-NPS' 공급망 지도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사업은 단일 기업의 역량을 넘어, 각 분야 최고 기술력을 지닌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팀 K-NPS'의 형태로 추진될 것이다. 플랫폼, 동력원, 전투체계, 센서, 무장, 소재 등 각 분야의 핵심 기업들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무기체계를 만들어낸다. 아래 표는 이 핵심 공급망을 구성하는 주요 기업과 그 역할을 요약한 것이다.
표 1: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핵심 공급망의 주요 수혜 기업
| 기업명 | 중요도 등급 | 주요 역할 및 기여 | 핵심 기술 및 선정 근거 | 관련 자료 | 
| 한화오션 | Tier 1 (핵심) | 플랫폼 설계, 건조 및 최종 시스템 통합 | 대한민국 유일의 전 선종 잠수함 건조 경험 (장보고-I/II/III). 장보고-III 독자 설계/개발 역량.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보유를 통한 기술 이전 교두보 확보. | 6 | 
| 두산에너빌리티 | Tier 1 (핵심) | 잠수함용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핵심 주기기 제작 |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주기기 제작 및 단조 기술. 뉴스케일, 테라파워 등 글로벌 SMR 개발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SMR 파운드리' 역량. | 18 | 
| 한화시스템 | Tier 2 (필수) | 전투체계(CMS) 개발 및 통합 | 국내 유일의 함정 전투체계 공급사. 장보고-III 잠수함 전투체계 개발 경험. 센서-무장 통합(SI) 전문성. | 28 | 
| LIG넥스원 | Tier 2 (필수) | 소나(SONAR) 체계 및 어뢰 무장 공급 | 광대역 탐지가 가능한 곡면배열소나 기술. 사거리 50km급 고성능 중어뢰 '범상어' 개발 및 양산. | 33 | 
| 포스코 | Tier 2 (필수) | 스텔스 성능 강화용 특수 선체 강판 공급 | 세계 최초 비자성(Non-magnetic) 고망간강 개발. 잠수함 자기 신호 감소를 통한 생존성 극대화. | 41 | 
| HD현대중공업 | 잠재적 | 후속함 건조 또는 주요 하도급 | 다수의 잠수함 건조 경험 및 장보고-II 성능개량 사업 수주를 통한 기술력 유지. | 47 | 
| 세아베스틸지주 | 잠재적 | 원자로, 추진계통 등 내부 부품용 특수합금 공급 | 방산 및 우주항공 분야 고부가가치 특수강 및 합금 전문. | 57 | 
5.2. 사업 규모와 재무적 영향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정확한 예산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사 해외 사례를 통해 그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캐나다가 추진 중인 신형 잠수함 12척 도입 사업의 규모는 유지보수를 포함해 최대 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2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사업 역시 척당 건조비만 수조 원에 달하고, 30~40년에 이르는 운용 기간 동안 발생하는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십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는 관련 기업들에게 수십 년에 걸친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매출 흐름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건조 이후 발생하는 MRO 사업은 초기 건조 사업보다 이익률이 높은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5.3. 결론: K-방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국가 방위 산업 전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국가적 전략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원자력 공학, 재료 과학, 전자 및 통신, 시스템 통합 등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서,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기술 파급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성공적인 핵추진 잠수함의 개발 및 건조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 기술 보유국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이는 K-방산 브랜드에 강력한 '후광 효과(Halo Effect)'를 부여하여, 잠수함뿐만 아니라 전투기, 구축함, 전차 등 다른 국산 무기체계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핵심 기업들은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직접적인 수혜를 넘어, 격상된 K-방산의 위상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