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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 III, IFRS 9,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
글로벌 금융 규제가 한국의 은행, 대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바젤 III (Basel III) 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탄생한 국제 은행 건전성 규제입니다.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그리고 더 질 좋은 자본(CET1)을 보유하도록 강제합니다. 또한, 단기 유동성 위기를 버틸 수 있는 능력(LCR)과 장기적 자금조달 안정성(NSFR)을 확보하도록 요구하여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IFRS 9 란?
국제회계기준(IFRS)의 일부로, 금융상품의 회계 처리에 대한 기준입니다. 핵심은 '대손충당금' 적립 방식의 변경입니다. 과거에는 손실이 '발생'해야만 충당금을 쌓았다면 (발생손실 모형), IFRS 9는 손실이 '예상'되기만 해도 미리 충당금을 쌓도록 합니다 (예상신용손실, ECL 모형). 이는 은행이 미래의 잠재적 부실에 더 빨리, 더 보수적으로 대비하도록 만듭니다.
두 기둥의 상호작용: 감시탑과 성벽
IFRS 9와 바젤 III는 독립된 규제가 아니라, 금융 안정을 위한 상호 보완적인 두 개의 기둥입니다. IFRS 9가 '감시탑'처럼 미래의 잠재적 위험(예상 신용 손실)을 먼저 파악하고 측정한다면, 바젤 III는 그 위험에 맞서 은행 시스템을 지키는 '성벽', 즉 실제적인 자본 방어막을 더 두껍게 쌓도록 강제합니다.
IFRS 9 (감시탑)
미래의 '예상'되는 대출 손실(ECL)을 미리 인식하고 재무제표에 반영
바젤 III (성벽)
인식된 위험(RWA)에 대비해 은행이 보유해야 할 자본의 양(CET1)을 결정
즉, IFRS 9로 인해 은행이 더 많은 예상 손실을 인식하게 되면, 이는 은행의 자본을 감소시킵니다. 그러면 은행은 바젤 III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이 두 규제는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들을 변화시킵니다. IFRS 9는 충당금 적립 시점을 앞당기고, 바젤 III는 자본의 질과 양을 규정합니다.
IFRS 9: 손실 인식의 거대한 전환
과거 '발생손실' 모형(IAS 39) 하에서는 대출 연체가 실제로 발생해야만 충당금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IFRS 9의 '예상신용손실(ECL)' 모형은 대출 실행 시점부터 미래의 모든 예상 손실을 반영하여 충당금을 적립합니다. 이는 은행의 초기 비용 부담을 높이지만, 위기 대응력을 향상시킵니다.
바젤 III: 더 단단한 자본 방어막
바젤 III는 은행이 보유한 자본을 등급별로 세분화하며, 특히 위기 시 즉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보통주 자본(CET1)'의 비율을 강조합니다. 한국의 은행들은 이미 LCR, NSFR 등 유동성 규제와 함께 강화된 자본 비율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최종장: 바젤 III "엔드게임" 이란?
'바젤 III 엔드게임(Endgame)' 또는 '바젤 3.1'은 바젤 III 규제의 최종 완성판입니다. 이 규제의 핵심 목표는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을 계산하는 방식의 차이를 줄여, 규제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문제: 고무줄 같은 '내부모형'
지금까지 많은 대형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내부등급법(IRB)'을 사용해 RWA를 계산했습니다. 이는 은행이 자사의 리스크를 가장 잘 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지만, 일부 은행이 RWA를 의도적으로 낮게 산정하여 필요 자본을 줄이는 '위험 축소' 유혹에 노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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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의 조치 ①: 내부모형 제한
대기업 대출, 주식 등 특정 자산군에 대해 내부모형 사용을 금지하고, 더 보수적인 '표준모형' 사용을 의무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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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의 조치 ②: 자본 하한선(Floor) 도입
내부모형을 사용하더라도, 그 결과로 산출된 RWA가 표준모형으로 계산한 RWA의 72.5%보다 낮아질 수 없도록 '하한선'을 설정합니다.
시각화: 자본 하한선 (Capital Floor)의 작동
'A 은행'은 내부모형으로 RWA를 매우 낮게 계산했지만, '자본 하한선' 때문에 표준모형의 72.5% 수준(그래프의 노란색 바)만큼 RWA를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A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바젤 III 엔드게임이 한국에 미칠 영향
바젤 III 엔드게임은 미국(2025년 7월)과 유럽(2025년 1월)에서 시행될 예정이며, 한국도 시차를 두고 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규제는 특히 내부모형을 활발히 사용해 온 한국의 주요 은행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핵심 영향 ①: 부동산 시장과 대출 금리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분야는 주택담보대출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내부모형을 통해 주담대의 위험 가중치를 낮게 평가(평균 10~20%)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드게임이 도입되면 표준모형(LTV에 따라 20~70%)의 영향을 받아 위험 가중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높아진 RWA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부동산 수요를 위축시켜 부동산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 영향 ②: 기업 대출 및 신용 경색
부동산 외에도 대기업 대출이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의 RWA도 상승할 것입니다. 은행은 '자본 비용'이 비싸진 대출을 기피하고, 더 안전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기려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반적인 대출 문턱 상승(신용 경색)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실물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핵심 영향 ③: 은행 및 경제 전반
은행들은 RWA 증가로 인해 자본 비율(BIS)이 하락하는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거나, 배당을 줄이고 위험 자산을 매각할 수 있습니다.
주요 규제 적용 타임라인 (한국 기준)
규제들은 이미 단계적으로 적용되었으며, '엔드게임'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8년: IFRS 9 도입
은행권 '예상신용손실(ECL)' 모형 전면 도입. 충당금 적립 기준 변경.
2020년~2023년: 바젤 III 순차 도입
LCR, NSFR 등 유동성 규제 및 강화된 자본 비율(CET1) 적용 완료.
2025년~ (전망): 바젤 III 엔드게임
미국/유럽(2025년) 시행 후, 국내 도입 논의 본격화. RWA 산출 방식 개편 및 자본 하한선 도입 예상.
그 외 알아야 할 중요사항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회계/규제 변경이 아닌, 경제 전반의 '게임의 룰'이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 금융 안정 vs. 경제 성장: 규제 강화는 금융 시스템을 튼튼하게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용 경색을 유발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이 '트레이드오프'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됩니다.
- 은행의 전략 변화: 은행들은 자본 효율성이 낮은 대출(주담대, 기업대출) 비중을 줄이고, 자본이 덜 드는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수료 수익을 늘리려 할 것입니다.
- 가계 및 기업의 대비: 개인과 기업 모두 미래의 대출 금리 상승과 한도 축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라는 이중 압박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금융 질서: 바젤 III 엔드게임과 IFRS가 한국 경제 및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I. 서론: 글로벌 금융 규제의 패러다임 전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든 동시에, 기존 금융 규제 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을 노출시킨 변곡점이었습니다. 위기는 은행들이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의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자본 비율(BIS 비율)은 표면적으로 양호하게 유지되는 '규제의 역설'을 명백히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심각한 반성 위에서, 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두 가지 강력한 규제 축이 등장했습니다. 첫 번째는 은행의 건전성 자체를 겨냥한 '바젤 III(Basel III)' 규제입니다. 이는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자본)과 위기 대응 유동성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두 번째는 회계 처리의 투명성을 목표로 하는 **'IFRS(국제회계기준)'**입니다. 특히 IFRS 9(금융상품)과 IFRS 17(보험계약)은 금융 손실을 사후가 아닌 '사전'에 예측하여 인식하고, 금융상품의 복잡한 리스크를 재무제표에 투명하게 반영하도록 요구합니다.
본 보고서는 이 두 가지 거대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한국 금융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2025년부터 본격화되는 바젤 III의 최종 단계, 이른바 **'바젤 III 엔드게임(Endgame)'**이 은행의 자본 부담, 대출 전략, 그리고 나아가 한국 경제의 가장 민감한 부문인 '부동산 시장(주택담보대출 및 PF)'에 어떠한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인지 예측하고, 그 거시경제적 함의를 진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II. 바젤 III (Basel III): 은행 건전성 규제의 완성
1. 바젤 III의 정의 및 핵심 목표
바젤 III는 2007-09년의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개발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은행 규제 조치들의 집합입니다. 이전의 바젤 I, II 규제가 주로 위험가중자산(RWA)의 산정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바젤 III의 핵심 목표는 은행의 **'실질적인 손실복원력(Resilience)'**을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은행이 극심한 금융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여, 위기 시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금융(Bail-out)을 투입하는 사태를 최소화하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2. 바젤 III의 4대 구성 요소
바젤 III는 시스템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크게 네 가지 영역에서 규제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① 자본의 질과 양 강화 (Capital Quality & Quantity)
바젤 III의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자본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강조한 것입니다. 2008년 위기 당시 많은 은행이 규제 자본 비율은 충족했으나, 해당 자본(예: 신종자본증권)이 실제 손실을 흡수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바젤 III는 '진정한' 손실흡수 자본인 **보통주자본(Common Equity Tier 1, CET1)**의 중요성을 극도로 강조했습니다.
- 최소 보통주자본비율 상향: 바젤 II에서 2%에 불과했던 최소 CET1 비율을 4.5%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 자본 완충(Buffer) 제도 도입: 여기에 위기 시 손실 흡수 및 신용 공급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보전완충자본(Capital Conservation Buffer, CCB)' 2.5%를 추가로 요구합니다.
- 실질적 규제 강화: 결과적으로 은행이 배당 제한 등의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사실상의 CET1 비율은 7.0% ()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율을 높인 것을 넘어, 안정성이 떨어지는 자본증권의 자본 인정을 배제하는 등, 자본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한 것입니다.
② 유동성 규제 (Liquidity Rules)
금융위기는 자본(Solvency) 문제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현금 부족(Liquidity)으로도 은행이 파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바젤 III는 역사상 최초로 국제적인 유동성 규제 기준을 도입했습니다.
- 유동성커버리지비율 (LCR): 30일간의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을 감당할 수 있도록,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고유동성 자산(HQLA)'을 충분히 보유하도록 의무화합니다.
- 순안정자금조달비율 (NSFR): 1년 이상의 장기 자산(대출 등)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인 장기 부채(예금, 자본)로 조달하도록 강제합니다. 이는 은행의 만기 불일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③ 레버리지 비율 (Leverage Ratio)
바젤 III는 바젤 II 규제 하에서 은행들이 리스크가 높은 자산의 위험가중치(RWA)를 자체 내부 모델을 통해 의도적으로 낮춰 자본 부담을 회피했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RWA 계산의 복잡성과 불투명성을 보완하기 위해, 바젤 III는 RWA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단순한 '백스톱(Backstop)'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은 은행의 총자산(Total Consolidated Assets) 대비 기본자본(Tier 1 Capital)이 최소 3% 이상(미국 SIFI의 경우 6%)을 유지하도록 하는 '비(非)위험기반' 규제입니다. 이는 은행이 아무리 RWA를 낮추더라도, 절대적인 자산 규모에 비례한 최소한의 자본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④ 거시건전성 규제 (Macroprudential Rules)
개별 은행의 건전성(미시건전성)이 아닌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거시건전성)을 위한 규제들이 도입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에 대한 추가 자본 적립 의무 및 경기 과열기에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고 침체기에 이를 사용하게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등이 포함됩니다.
3. 한국의 바젤 III 도입 현황
한국은 글로벌 금융 규제 흐름에 발맞춰 2013년 12월 1일부터 바젤 III 자본 규제를 도입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왔습니다. 자본보전완충자본(CCB)의 경우 2016년부터 매년 $0.625%$씩 상향하여 2019년에 2.5%를 완성하는 등, 국내 금융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또한, 금융 산업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신규 인가된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에 대해서는 경영 안정화 및 시스템 구축 기간을 고려하여 바젤 III 자본규제, LCR, NSFR 등의 적용을 설립 초기 일정 기간 유예하는 등 탄력적인 감독 정책을 적용했습니다.
III. IFRS (국제회계기준): K-IFRS의 주요 변화
1. IFRS의 정의 및 도입 목적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는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재무 정보를 동일한 기준으로 작성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제정된 통일된 회계 기준입니다. 한국은 2007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을 발표하며 IFRS를 수용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제정했으며 , 2011년부터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의무 적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화는 금융상품(IFRS 9)과 보험계약(IFRS 17) 기준서의 시행입니다.
2. [핵심] IFRS 9 (금융상품)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IFRS 9은 기존의 IAS 39 기준서가 가졌던 두 가지 큰 문제점, 즉 복잡한 회계 처리와 '발생손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발생손실' vs. '기대신용손실(ECL)'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대손충당금 인식 모델의 변경입니다.
- (舊) 발생손실(Incurred Loss) 모델 (IAS 39): 대출 연체, 파산 신청 등 손실이 발생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확인된 경우에만(Incurred) 충당금을 인식했습니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까지 은행의 재무제표에 잠재적 부실이 반영되지 않아 충당금 규모가 과소 계상되고 , 위기가 발생하는 순간 모든 손실을 한꺼번에 인식하게 만드는 '절벽 효과(Cliff Effect)'를 유발했습니다.
- (新) 기대신용손실(Expected Credit Loss, ECL) 모델 (IFRS 9): 현재 손실의 객관적 증거가 없더라도,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Expected)' 신용 손실을 선제적으로 추정하여 충당금으로 인식합니다.
ECL의 3단계(Stage) 손상 분류
IFRS 9은 자산의 신용 위험 변화에 따라 충당금 인식 수준을 3단계로 구분합니다 :
- Stage 1 (정상): 최초 인식 시점 또는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하지 않은 자산. 향후 '12개월 기대신용손실'을 인식합니다.
- Stage 2 (신용위험 유의적 증가):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한 자산 (예: 30일 이상 연체, 신용등급 2단계 하락 등). 해당 자산의 '전체기간(Lifetime) 기대신용손실'을 인식합니다. 이 단계에서 은행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 Stage 3 (신용손상): 부도 등 객관적인 손상 증거가 발생한 자산. '전체기간 기대신용손실'을 인식합니다.
IFRS 9의 ECL 모델은 이론적으로는 호황기에도 미래 손실을 예상해 충당금을 쌓도록 유도하여 '경기 대응적(Counter-cyclical)' 효과를 의도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경기 하강 전망이 발표되는 즉시 수많은 자산이 Stage 1에서 Stage 2로 이동하며 막대한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는 오히려 은행의 대출 여력을 위축시켜 경기 하강을 증폭시키는 '경기 순응성(Pro-cyclicality)'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3. IFRS 17 (보험계약)
2023년 1월 1일부터 IFRS 17이 본격 시행되면서 , 보험 산업의 회계 처리는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 보험부채의 시가평가: 과거(IFRS 4)에는 보험부채를 계약 시점의 원가로 평가했으나, IFRS 17은 결산 시점마다 최적의 계리적 가정(미래 손해율, 해지율 등)과 시장 금리를 반영하여 보험부채를 '현재가치(시가)'로 재평가합니다.
- 계약서비스마진(CSM) 인식: 보험계약 시점에서 예상되는 '미래의 총 기대이익'을 '계약서비스마진(CSM)'이라는 부채 항목으로 우선 계상합니다. 그리고 이 CSM을 계약 기간 전반에 걸쳐 점진적으로 상각하며 이익으로 인식합니다.
IFRS 17은 IFRS 9과 마찬가지로 '미래 예측'을 재무제표의 핵심으로 가져왔습니다. 보험사의 이익은 이제 단순히 수취한 보험료가 아니라, 미래에 예상되는 이익(CSM)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행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는 금융회사의 재무 성과가 실제 현금 흐름보다 '계리적 가정'과 '경제 예측 모델'에 더욱 크게 좌우되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IV. 바젤 III 엔드게임(Endgame): 최종 규제의 핵심과 한국 도입 일정
1. "엔드게임"의 정의 및 목적
'바젤 III 엔드게임'은 2017년 12월 BCBS가 발표한 바젤 III 규제 개혁의 최종안을 지칭합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글로벌 금융 규제 강화를 사실상 '마무리(Endgame)' 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엔드게임의 핵심 목적은 명확합니다. 바로 은행 간 **RWA(위험가중자산) 산출의 '과도한 변동성'을 축소하고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2008년 위기 이후, 규제 당국은 글로벌 은행들이 동일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두고도 자체 '내부등급법(IRB) 모델'을 이용해 RWA를 천차만별로 산출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RWA를 의도적으로 낮춰 자본 비율을 양호하게 보이도록 조작하는 유인이 크다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엔드게임은 이러한 'RWA 디플레이션(의도적 축소)'을 차단하고 RWA 산출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종 조치입니다.
2. 핵심 메커니즘 1: 표준방법(Standardised Approach, SA)의 강화
은행의 자체 모델(IRB)을 신뢰할 수 없게 되자, 규제 당국은 감독 기관이 제시하는 '표준방법' 자체를 대폭 정교화하고 리스크 민감도를 높였습니다. 과거의 획일적인 위험가중치 대신, 자산의 실제 리스크 특성을 반영하도록 세분화한 것입니다.
- (예시) 기존에 100%로 획일적이던 신용등급 없는 중소기업 대출의 RWA를 85%로 하향 조정.
- (예시) 기존에 35%로 획일적이던 주택담보대출 RWA를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 따라 20%에서 105%까지 세분화. (VI부에서 상세 분석)
3. 핵심 메커니즘 2: 내부등급법(IRB) 사용 제한
은행이 RWA를 낮추기 위해 자체 모델을 남용할 수 있는 영역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특히 리스크 측정이 어렵거나 데이터가 불충분한 자산군에 대해서는 내부등급법 사용을 금지하고 표준방법을 강제했습니다.
- (예시) 매출액 7천억 원 이상 대기업 대출, 주식 투자, 부동산 PF와 같은 특수금융(Specialized Lending) 자산에 대해서는 고급 내부등급법(Advanced IRB) 적용을 금지.
4. 핵심 메커니즘 3: '출력 바닥(Output Floor)' 도입
'출력 바닥(Output Floor)'은 바젤 III 엔드게임의 가장 강력하고 핵심적인 규제 장치입니다.
이는 은행이 내부등급법(IRB)을 사용하여 RWA를 아무리 낮게 산출하더라도, 그 결과값이 **'표준방법(SA)으로 산출한 RWA의 72.5%'**보다 낮을 수 없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하한선(Floor)입니다.
이 규제의 실질적인 의미는, 사실상 모든 은행의 RWA 산출에 대한 최종적인 기준을 '표준방법'으로 격상시킨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은행이 특정 대출에 대해 정교한 내부 모델을 사용해 RWA를 20%로 산출했더라도, 만약 강화된 표준방법으로 산출한 RWA가 100%라면, 이 은행은 최소 $100% \times 72.5% = 72.5%$를 RWA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내부 모델 사용으로 얻을 수 있었던 자본 절감 이점을 크게 상쇄시킵니다.
5. 한국의 바젤 III 엔드게임 도입 일정
한국 금융당국은 글로벌 규제 흐름에 맞춰 엔드게임의 일부(신용리스크 개편안 , 운영리스크 개편안 등)를 이미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파급력을 지닌 핵심 규제인 **'출력 바닥(Output Floor)'**은 국내 은행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적용될 예정입니다.
[표 1: 한국의 바젤 III 엔드게임 '출력 바닥(Output Floor)' 단계별 도입 일정]
| 적용 연도 | 출력 바닥(Output Floor) 하한 | 근거 자료 |
| 2024년 (현행) | 60.0% | |
| 2025년 | 60.0% (유지) | |
| 2026년 | 65.0% | |
| 2027년 | 70.0% | |
| 2028년 (최종) | 72.5% |
이 도입 일정(표 1)은 '엔드게임'이 추상적인 미래의 규제가 아니라, 2026년부터 한국 은행들에 실질적인 자본 압박을 가하는 구체적인 '시한폭탄'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은행들은 2028년 최종 목표치인 72.5%에 맞춰 지금부터 중장기 자본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V. [핵심 분석] 바젤 III 엔드게임 및 IFRS 9이 한국 경제·금융에 미치는 영향
바젤 III 엔드게임과 IFRS 9은 각각 은행의 자본 비율 산식()의 분자(자본)와 분모(RWA)를 동시에 타격하며 한국 은행권에 전례 없는 자본 관리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1. 규제 상호작용: IFRS 9(ECL) 충당금이 바젤 III 자본(CET1)에 미치는 영향
IFRS 9의 기대신용손실(ECL) 모델 도입으로, 은행들은 미래 예상 손실을 선제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과거 IAS 39 기준 대비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게 되었습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의 이익잉여금을 차감하는 항목이며, 이익잉여금은 보통주자본(CET1)의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따라서 IFRS 9(ECL) 도입에 따른 충당금 증가는 은행 BIS 자본 비율의 '분자(CET1)'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2017년 분석에 따르면, IFRS 9 도입만으로도 국내 은행들의 CET1 비율이 약 6bp()에서 30bp()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2. 은행권 자본 부담: RWA 인플레이션과 12조 원의 자본 확충 필요성
IFRS 9이 '분자'를 공격한다면, 바젤 III 엔드게임은 '분모'를 타격합니다.
엔드게임의 핵심인 '출력 바닥(Output Floor)' 규제는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는 대형 은행들의 RWA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RWA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현재의 BIS 비율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2028년 '출력 바닥' 하한선이 72.5%로 최종 상향되면 총 RWA가 약 77조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급증하는 RWA(분모)를 감당하기 위해 5대 은행은 총 약 11조 9600억 원(약 1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은행들은 IFRS 9(ECL)으로 인해 '분자(자본)'가 줄어드는 동시에, 바젤 III 엔드게임으로 인해 '분모(RWA)'가 급격히 늘어나는 **'양면 압박(Two-Sided Squeeze)'**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3. 대출 시장 파급 효과: 자본 비용 증가와 신용 경색
약 1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본 확충 압박에 직면한 은행들의 대응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 자본(분자) 늘리기: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또는 이익의 내부 유보(배당 축소)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고 자본 조달 비용을 상승시킵니다.
- RWA(분모) 줄이기: 더 즉각적이고 손쉬운 대응은 RWA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는 곧 RWA 비중이 높은, 즉 '고위험 자산'의 비중을 축소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대출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축소 또는 매각)**으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수익성은 낮으면서 RWA 부담만 높은 대출(예: 일부 대기업 신용대출, 부동산 PF)을 기피하게 될 것입니다. 대신 RWA가 낮거나(예: 우량 주담대) RWA가 높아도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예: 가계신용대출) 자산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는 전반적인 대출 금리 상승(신용 스프레드 확대)으로 이어지며, 특히 신용도가 낮은 취약 차주(중소기업,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질적 신용 경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기업 금융 영향: 상반된 시그널
바젤 III 엔드게임이 기업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복합적입니다. 한국 금융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엔드게임의 일부였던 신용리스크 개편안을 조기 시행했습니다.
이 조치에는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의 RWA를 100%에서 85%로 '하향'하고, 내부등급법상 기업대출의 부도시손실률(LGD)을 낮추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당시 정책 의도는 은행의 자본 부담을 '낮추어 줌'으로써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여력을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엔드게임의 최종 목적인 'RWA 현실화(증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였습니다. 즉, 한국 감독당국은 '경기 부양(RWA 완화)'과 '금융 안정(RWA 강화)'이라는 모순된 목표 사이에서 바젤 III 규제를 선별적으로 도입해왔습니다. 그러나 2026년부터 '출력 바닥(Output Floor)' 규제가 본격적으로 상향되기 시작하면, RWA를 일시적으로 낮춰주었던 조기 도입의 효과는 대부분 상쇄될 것입니다. 결국 RWA 증가라는 '엔드게임'의 본래 충격이 기업 대출 시장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VI. [심층 분석]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의 이중 충격 (The Double Whammy)
한국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PF'라는 두 개의 축은 IFRS 9과 바젤 III 엔드게임이라는 두 규제 변화의 충격이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입니다. 두 규제는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1.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 LTV-RWA 연동 강화
엔드게임은 주택담보대출의 RWA 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 (舊) 현행 표준방법: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수준이나 차주의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주거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RWA는 35%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 (新) 엔드게임 표준방법: LTV와 상환재원(소득 증빙 등) 유무에 따라 RWA를 20%에서 105%까지 극도로 세분화합니다.
이 변화가 은행의 대출 전략에 미칠 영향은 [표 2]를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LTV 구간 | 현행 표준방법 RWA | 바젤 III 엔드게임 표준방법 RWA | 은행 자본 부담 변화 |
| LTV ≤ 50% | 35% | 20% | 감소 (우량 대출) |
| 50% < LTV ≤ 60% | 35% | 25% | 감소 (우량 대출) |
| 60% < LTV ≤ 70% | 35% | 35% | 변동 없음 |
| 70% < LTV ≤ 80% | 35% | 45% | 증가 |
| 80% < LTV ≤ 90% | 35% | 60% | 대폭 증가 |
| 90% < LTV ≤ 100% | 35% | 75% | 급격히 증가 |
| LTV > 100% | 35% | 105% | 매우 급격히 증가 |
| 근거 자료 |
이 새로운 RWA 체계(표 2)는 정부의 일시적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구조적인' 가계부채 억제 장치로 작동할 것입니다. 은행은 LTV 70% 이하의 '안전한' 우량 대출에 대해서는 RWA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어(20%~35%) 취급을 늘릴 유인이 생깁니다. 반면, LTV 80%를 초과하는 '고위험' 대출은 RWA가 60%~105%로 급증하여, 과도한 자본 부담 때문에 사실상 신규 취급이 불가능해지거나 매우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는 주택 구매 시 활용 가능한 '최대 레버리지 한도'의 영구적인 축소를 의미하며,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레버리지 수준을 구조적으로 낮춤으로써 부동산 가격에 중장기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자금 경색의 구조화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PF 시장은 두 규제의 이중 충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습니다.
1차 충격 (IFRS 9 적용)
부동산 PF 대출 은 IFRS 9의 기대신용손실(ECL) 모델 적용 대상입니다. 최근의 부동산 경기 하락 이나 PF 사업장의 사업성 악화 는 해당 PF 대출의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즉시 'Stage 2' 또는 'Stage 3'로의 분류로 이어집니다.
이는 해당 사업장이 '부도(default)' 처리되기 전이라도, 금융회사가 선제적으로 '전체기간 기대신용손실'에 해당하는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금융회사의 재무제표에 PF 부실이 선제적으로 인식되면서 자본(CET1)이 이미 감소하고 있습니다.
2차 충격 (바젤 III 엔드게임 적용)
부동산 PF는 바젤 규제 분류상 '특수금융(Specialized Lending)'의 하위 항목인 '부동산 취득, 개발, 건설(ADC)'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스'에 해당합니다.
과거 국내 은행들은 PF 대출에 대해 자체 내부등급법(IRB)을 적용하여 RWA를 상대적으로 낮게 산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엔드게임' 규제는 특수금융 자산에 대한 고급 내부등급법 사용을 제한하고 , 설령 기본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더라도 '출력 바닥(Output Floor)' 규제 의 적용을 받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PF 대출의 RWA는 은행의 낙관적인 내부 모델과 관계없이, 규제 당국이 정한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방법 RWA의 72.5% 수준까지 강제로 상승하게 됩니다.
IFRS 9이 이미 발생한 PF 부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어 자본(분자)을 갉아먹는 역할을 했다면, 바젤 III 엔드게임은 부실 여부와 관계없이 'PF 대출 자산 자체'의 위험도(분모)를 급격히 높여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축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이중고 속에서 은행들은 신규 PF 취급을 극도로 기피하고, 기존 PF 부실채권(NPL)을 신속하게 펀드에 매각 하려는 강력한 유인을 갖게 됩니다. 이는 PF 시장의 구조적 자금 경색을 심화시키고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를 가속화할 수 있으며,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VII. 기타 중요 고려사항 및 결론
1. 글로벌 동향: 미국의 '엔드게임' 완화 움직임과 한국의 딜레마
바젤 III 엔드게임의 글로벌 이행은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당초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2025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엔드게임 도입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엔드게임 도입 시 자본금이 평균 19% 수준까지 과도하게 증가한다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최근(2025년 10월 기준)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존의 급진적인 강화안을 사실상 폐기하고, 추가 자본 확충 비율을 3~7%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완화된 초안을 새롭게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한국 금융당국을 매우 곤란한 정책적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한국은 그간 바젤 III 규제를 가장 모범적으로 이행해 온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만약 미국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한국만 원안(72.5% Floor)을 고수할 경우, 국내 은행들은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은행들에 비해 과도한 자본 부담을 지게 되어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 문제가 발생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은행권은 미국 연준의 최종 결정을 주시하며 , 국내 도입 일정의 연기 또는 완화를 금융당국에 건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FRTB (트레이딩 북에 대한 근본적 검토): 또 다른 RWA 폭탄
엔드게임은 대출 자산(뱅킹 북)뿐만 아니라, 은행이 매매 목적으로 보유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트레이딩 북)의 RWA 산출 방식(FRTB)도 전면 개편합니다. FRTB는 시장 리스크 측정 시 은행의 내부 모델 사용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며, 이로 인해 미국 G-SIB의 경우 시장 위험 관련 자본 요건이 57%에서 63%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대출 중심의 은행보다는 트레이딩 및 파생상품 비중이 높은 대형 시중은행과 증권사에 추가적인 RWA 증가 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3. 결론 및 최종 제언
바젤 III 엔드게임과 IFRS 9/17은 단순한 회계·건전성 규제의 개편을 넘어,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 한국 부동산 시장은 '고(高) LTV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PF'라는 두 개의 핵심 성장 엔진이 동시에 규제 압력(LTV-RWA 연동, PF RWA 급증)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레버리지 기반의 부동산 시장 팽창이 구조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하며, 중장기적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그에 따른 가격 하방 압력을 예고합니다.
- 은행의 대응 전략: 은행은 'RWA 효율성'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약 12조 원의 자본 확충 압력 속에서, 저(低) RWA-고(高) 수익 자산(우량 기업대출, 저 LTV 주담대, 자산관리 수수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고(高) RWA 자산(부실 PF, 고 LTV 주담대)은 과감히 축소하거나 매각하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 감독당국의 과제: 금융당국은 금융 안정(RWA 강화)과 실물 경제 지원(대출 확대)이라는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엔드게임'의 국내 도입 속도와 강도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정책적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